인생의 버킷리스트였던 이집트 여행을 다녀왔다. 피라미드와 신전, 박물관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순간도 감격스러웠지만, 무엇보다도 고대 수학과 ‘측정’의 역사를 직접 따라 걸으며 탐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나에겐 가장 큰 선물이었다. 피라미드의 설계와 변천사, 직각과 수평을 만들던 도구, 신과 천문학, 달력처럼 시간을 분할하던 흔적의 아름다움까지—교과서 속 개념들이 한 번에 현실로 연결되는 경험이었다.또 하나의 수확은, 여행 내내 “이게 정말 그럴까?”를 스스로 묻고 확인해보는 과정에서 미스터리·음모론을 차분히 해체하는 재미까지 덤으로 얻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돌아와서는 학생들에게 ‘수학은 계산이 아니라 기준을 세우는 언어’라는 이야기를 더 생생하게 해줄 자신이 생겼다. 좋은 수업의 재료가 한가득 쌓였고, 앞으로도 오래 꺼내 말할 만한 자랑스러운 ‘안주거리’가 생겼다.이번 여행이 더 깊게 남은 건 사람 덕분이기도 하다. 곽민수 소장님의 풍부하고 맥락 있는 해설이 아니었다면, 유물과 벽화가 이렇게까지 살아 움직이진 않았을 것이다. 혼자였다면 지나쳤을 장면들이 설명을 통해 의미를 얻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리고 팀장님의 세심한 배려와 촘촘한 프로그램 덕분에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매일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다.이집트는 ‘먼 나라의 유적’이 아니라, 내가 가르치는 수학의 뿌리와 인간이 세계를 이해해온 방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다.